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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IT 이야기/모바일 이야기

한국의 앱스토어에 바란다.

  처음 앱스토어 열풍에 불을 지핀 건 기존 휴대폰 업계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던 애플의 앱스토어였습니다. 애플의 앱스토어 덕분에 침체되어있었던 스마트폰 시장이 되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애플의 앱스토어는 스마트폰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가져왔습니다.

  물론, 애플 앱스토어가 출범하기 전에도 어플리케이션을 판매하는 "앱스토어"는 존재했었습니다. 애플의 앱스토어와 비슷한 형태를 가진,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판매하는 사이트도 꽤 있었고 앱스토어를 단순히 모바일 기기용 어플리케이션을 판매하는 곳으로 한정한다면 이통사의 모바일 마켓 또한 앱스토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앱스토어의 열풍을 일으킨 애플의 앱스토어



  하지만, 그 당시까지의 앱스토어는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개방된 앱스토어가 아니였습니다. 이통사는 컨텐츠의 유통을 담당하기만 하고, 컨텐츠의 공급은 이통사와 계약된 컨텐츠 공급자(Contents Provider, CP)에 의해서만 이루어졌습니다. 때문에, 여러 개발자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기보다는 한정된 수의, 한정된 컨텐츠, 한정된 어플리케이션만을 제공했습니다. 실제 시장으로 따지자면 마치 "백화점"의 이미지랄까요?

  이에 반해, 애플의 앱스토어는 근본적인 구조부터가 달랐습니다. 컨텐츠와 공급자를 제한하지 않고, 누구라도 아이폰/아이팟 터치용 (Mac OS X Mobile)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였고, 개바한 어플리케이션을 자신이 직접 앱스토어에 올려 판매도 할 수 있게끔 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기존에 비해 훨씬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 나오게 되었고, 사용자들 또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구라도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게 하면 되는가?

  모바일 앱스토어의 성공을 본 여러 기업들은 너도나도 앱스토어를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삼성, LG 등 우리나라 기업 뿐만 아니라 팜, 블랙베리 등 기존 스마트폰 생산업체들, 그리고 윈도우모바일의 제조사인 마이크로소프트, 게다가 SKT같은 통신사까지 앱스토어를 만들겠다고 하고, 실제로 몇몇 기업은 이미 자사의 앱스토어를 런칭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바일 앱스토어에 뛰어드는 기업 중 진정으로 앱스토어에 필요한 것과, 그를 위해 철저히 준비를 한 기업은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앱스토어 자체를 만드는것은 쉽습니다. 기존의 인터넷 쇼핑몰을 만드는 것처럼 뚝딱 만들기만 하면, 그리고 기종이나 OS별로 분류만 해 놓으면 끝입니다. 뭐, 모바일 전용 페이지 혹은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앱스토어를 만드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사용자들이 "앱스토어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느냐"를 생각해야 합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애플의 앱스토어는 모두에게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판매할 공간을 마련해주었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개발자들이 수익을 올릴 수도 있어 수많은 개발자들이 Objective-C라는 생소한 언어를 새로 배우면서까지 앱스토어 진출에 힘을 썼던 것입니다. 하지만, 개발자들이 몰린 이유가 결코 "개발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서" 가 아닙니다.

비싼 돈 주고 스마트폰을 샀는데 쓸 곳이 없어요.

  옴니아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도 스마트폰 열풍이 불었지만, 정작 스마트폰을 구입한 사람들의 반응은 "비싼 돈 주고 스마트폰을 장만했는데, 정작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별로 없다" 가 대다수였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실태는 아직도 몇년 전 스마트폰 시장의 실태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이 스마트폰다워지려면 스마트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들도 많고, 그 어플리케이션을 사용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팟, 안드로이드폰을 기다리고 있는 이유가 바로 "앱스토어"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출시된 스마트폰으로는 그냥 모바일 인터넷이나 좀 하고,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문서 좀 보고, 이런 것들이 대다수입니다. 물론, 지금도 이것 외에 여러 고급 기능들을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이 있지만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 일반 사용자들은 쉽게 하기 어렵고, 아예 이러한 경로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우리나라에도 제데로된 앱스토어가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앱스토어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애플의 앱스토어가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은 바로 "사용자들의 참여"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컨텐츠 시장은 사용자들의 참여가 매우 미미했습니다. 거의 단순히 "다운로드"만을 할 뿐, 특별히 그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리뷰를 달거나, 평점을 주는 일은 없었습니다. 시스템이 갖춰져있지 않을 뿐더러, 시스템이 갖춰져있다 할지라도 무선인터넷 접속료 무서워서 어디 달겠나요.

  앱스토어는 단순히 어플리케이션들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니라 적게는 "누구라도 어플리케이션을 올릴 수 있고, 올라온 어플리케이션에 대해 누구라도 리뷰를 작성할 수 있는" 공간, 크게는 어플리케이션을 뛰어넘어 같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용자들간에 팁, 정보를 공유하는 하나의 커뮤니티 역할까지 해서 최대한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가능하려면, 우리 나라에서 출범하는 앱스토어는 유무선 통합을 기본으로 지원해야합니다. 한국만큼 인터넷 인프라가 잘 된 나라도 없지만, 한국만큼 무선인터넷 사용료에 벌벌 떠는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 유무선 통합을 통해 무선인터넷을 통한 접속을 꺼리는 사용자도 유선 페이지를 통해 얼마든지 어플리케이션을 구매할 수 있다면, 부담을 많이 덜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개발자들을 최대한 배려해주고 독려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건 제가 개발자여서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

  우리나라는 다른나라에 비해 개발 관련 문서가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특히나 모바일 쪽은 더더욱 그렇구요. 안드로이드야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영문 문서도 이제 서서히 많아지기 시작했지만, 기존 플랫폼에 관한 자료들 또한 많은 편은 아닙니다. 통신사가 되었든, 단말 제조사가 되었든간에 회사 차원에서 개발 문서를 지원하고, 개발자 대회도 여는 등 최대한 많은 개발자들이 모바일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할 것입니다.

  저는 모바일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한지 많이 되지 않아서, 처음 이 분야를 접할 때 느꼈던 어려움...들을 생각하며 이 글을 썼는데, 다른 분들의 의견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